마음 이론
제삼자 강제는 소유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왜냐하면 소유권의 힘은 주인이 없을 때도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달렸기 때문이다. 보고도 못 본 척하 는 행동은 소유권의 가치 전체를 약화한다. 만약 제삼자 처벌이 없다면 집단 간 협력과 사회는 붕괴될 것이며, 따라서 이것 이야말로 동물에게는 관찰되지 않는 소유권의 핵심 특징 중 하나라 하겠다.
어째서 아이들은 3세쯤 되면 제삼자 처벌의 논리를 이해하기 시작할까? 이에 대한 한 가지 답변은 타인과 타인의 물건에 대한 이해의 발달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특히 심리학에서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이것은 마음속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생각과 행 동을 이해하는 직관적 능력을 가리킨다. 마음 이론은 인간과 동물의 인지 분야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에 속하는데, 왜 냐하면 이런 정신 능력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타인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그 사람의 다음 행동을 예상할 수 있고, 거짓 정보를 흘려 그 사람의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다른 동물도 초보적 인 마음 이론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지만, 3~4세쯤 된 아 이의 마음 이론은 이보다 훨씬 더 정교하며 더 자주 관찰되는 현상이다. 더 어린 영유아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음을 아는 것 같지만, 더 성숙한 아이처럼 능숙하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지는 못한다. 3세쯤 되면 아이의 마음 이론이 강력 해지며 타인의 물건에 대해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태도,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 등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을 벌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사회 규범과 소유권을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90
소유와 점유
예술이 소유권과 관련 있는 건, 이 둘이 모두 개념적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인간의 마음이 구성한 개념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발달심리학자인 나는 내 경력 기간 동안 아동의 개념 발달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는데, 이러한 개념에는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이해부터 초자연적 세계에 대한 믿음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모든 영역에서의 개념은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몇몇 원칙을, 경험을 통해 점점 더 정교화하면서 발달하는 듯하다. 소유도 인간이 다른 동물과 공유하는 원시적 행동인 '점유 원칙'을 바탕으로 발달한 개념이다.
소유가 있기 전에 점유가 있었다. 점유란 그저 어떤 자원에 대한 물리적 접근을 통제하는 것이다. 어떤 자원을 보유하거나 가지고 다니거나 그 위에 눌러앉는 것 등이 점유의 형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많은 동물은 점유물을 차지하고 지킨다. 아동 발달에서도 소유의 개념이 있기 전에 점유가 있다. 심리학자 리타 퍼비 Lita Furby는 점유 행동의 발달을 분석한 후 세계 모든 곳에서 작동하는 점유의 두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5세 아동부터 50대 성인까지를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모두 점유를 통해 대상에 대한 통제력을 얻게 된다는 데 동의했다. 둘째로 이들은 모두 점유물이 자기 정체성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것은 우리가 1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나와 내 재산 사이에 형성된 유대감, 재산을 통해 자아가 확장되는 경험에서 기록하는 심리적 소유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그저 금전적 손실이 아니라 침해당했다는 강렬한 감정이다. 초대받지 않은 누군가가 우리의 세계에 들어와 우리의 통제력을 약화 시킨것이다. 간직하고 싶은 소유물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때의 손실도 상심을 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포기를 주저하는 태도는 인간과 소유물의 관계를 잘 드러낸다. 수십 년에 걸친 전후 소비문화의 부상 이후, 1960년대 후반에 등장한 창고 임대업에 대 해 생각해 보자. 매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물건을 버리는 대신에 창고에 처박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맥도날드McDonald 지점 보다도 더 많은 개인 창고 시설이 있으며, 게다가 창고 사용자의 65퍼센트는 차고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차고에는 자동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 들여놓을 수 없는 소유물이 가득하다. 어째서 우리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가? 어째서 우리에 게는 거의 쓸모없는 개인 소지품으로 가득한 보관소가 필요한 가? 어째서 우리는 소유물에 이렇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는가?
그 이유는 우리가 소유한 것이 곧 우리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아 구성
1890년에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는 우리가 주장하는 소유권을 통해 자아가 어떻게 정의되는지에 관해 다음과 같이 썼다.
그러나 가장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자아'는 그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의 총합’이다. 그의 몸과 정신력뿐만 아니라 그의 옷과 집, 그의 아내와 자식, 그의 조상과 친구, 그의 명성과 일, 그의 땅, 그의 요트와 은행 계좌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은 그에게 똑같은 감정을 제공한다. 이것들이 커지고 번창하면 그는 의기양양해진다. 이것들이 줄어들고 죽으면 그는 낙심한다. 모든 것이 반드시 똑같은 정도로 그렇지는 않지만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그렇다.
여기서 제임스가 말하는 것은 오늘날 심리학자들이 '자아 구성 self-construal',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견해, 소유물과의 특별한 관계를 드러내는 상실의 정서적 효과 등으로 부르는 것이 다. 우리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자아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은 특별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 말고는 이것들의 소유권을 주장할 사람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위 목록에 포함된 물질적인 것은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이 소유할 수도 있다. 집, 땅, 요트 등은 우리가 취득한 재산이다. 그런데도 이런 것을 잃으면 우리가 개인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
인간과 소유물의 내적 연결에 관해 많은 사상가가 고찰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플라톤은 물질세계를 높게 평가하지 않 았고, 우리가 더 높고 비물질적인 관념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불평등과 절도를 초래하는 사유재산의 사회적 분열을 피하고 공동의 이익 추구를 장려하기 위해 공동소유 제도 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승과 늘 논쟁을 벌였던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좀 더 현실적이었으며 물질세계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유재산이 절약과 책임감을 촉진한다 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재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후에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는 우리가 소유욕을 갖는 유일한 이 유는 자아감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가진 것을 관찰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거의 소유물을 통해 우리 자신을 겉치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도 같다. 소유물은 성공의 가시적 표지다. 미국의 부에 관한 연구처럼 우리는 연소득이 7만 5,000달러에 도달한 후에는 특별히 더 행복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소유물을 바라보면 자신이 성공했다는 확신은 더욱 강해진다. 우리는 소유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우리 자신을 알릴 뿐만 아니라 소유물은 다시 우리에게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존재와 무Being and Nothingness》에서 사르트르는 인간이 소유를 통해 어디까지 정의되는지를 깨달았다. "내 소유물 전체는 내 존재 전체를 반영한다. (…) 나는 내가 가진 것이다. 내 것은 나 자신이다." 그는 이것이 발생하는 여러 방식을 제시했다. 첫째로 우리는 무언가에 대한 배타적 통제력을 행사해 '이것이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유아기에도 관찰됐던 모습이다. 둘째로 존 로크의 견해와도 비슷하게 무엇을 맨 처음부터 만들면 그것은 내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사르트르는 소유물이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229
상품을 숭배하는 사람들
소유물은 자아의 확장이지만 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형태로의 대체가 진행됨에 따라 많은 물질적 소유물과 우리의 물리적 연결은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인스타그램과 이메일의 시대에 필름 사진과 손으로 쓴 편지는 드문 존재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몇 년 전 사람들은 레코드판과 제본된 책은 곧 사라 질 것이라 예측했지만, 사람들이 이 물질성을 좋아했기 때문에 둘 다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2017년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만질 수 있는 음악'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레코드판 매출이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자책 매출 감소와 물리적 서적의 선호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된다.
이런 역전의 한 이유는 비물리적 사물에 대해 정서적 애착 을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질 수 있는 물건을 소유하고 간직하려는 욕망은 일종의 물신숭배 fetishism다. '매혹' 또는 '마 법'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페이티고 feitigo'에서 파생한 '물 신tetish'이라는 단어는, 아프리카를 여행한 유럽인들이 그곳에 서초자연적 힘을 지닌다고 믿는 물건을 숭배하는 관습을 보고 사용한 용어다. 그 후로 물신숭배는 사람들이 무생물에서 얻는 정서적 만족을 가리키게 되었다. 여러 유형의 옷에 갖는 성적 물신숭배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물신숭배에 속한다.
모든 물체는 물신숭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비판서 <자본론Das Kapital>의 첫 장에서 카를 마르크스 Karl Marx는 사람과 상품의 심리적 관계를 가리켜 상품 물신숭배라고 불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기꺼이 돈을 지출하는 이유인 사물의 가치는, 우리가 사물에 부여한 것이다. 이 가치는 아무런 기능적 가치가 없는 경우에도 사물의 본질적 속성으로 이전된다. 예를 들어 인류 역사의 대부분 시기 에 금과 은은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후 금은의 희소성과 편리한 통화가 될 수 있다는 유용성 때문에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 되었다. 시장이 몇몇 상품을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즉시 이에 대한 소비자의 정서적 반응이 발달한다.
가치 있다고 평가받는 것은 물신적 사고를 낳을 수 있다. 금을 만졌을 때 특별한 따끔거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매일 이 금속을 가지고 작업하는 금세공인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에게 금은 오래 전부터 민속과 동화 등을 통해 접촉과 연관된 마법의 금속이었다. 물건을 쥐고 만지는 행위를 통해 뭔가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물신숭배를 쉽게 이해할 것이다.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에서 이것은 긍정적 전염이라고도 부르는데, 물건의 긍정적 속성이 전이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사람들은 욕망의 대상을 만지고 싶어 한다. 언젠가 나는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Trinity College의 졸업생 휴게실 근처에서 순금의 노벨상 메달이 벽난로 위에 무방비로 걸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모두가 그것을 만 지고 싶어 했다. 오늘날에도 은행권은 본질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현금 뭉치를 손에 쥐면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든다.234
디드로 효과
인류학자 그랜트 맥크 래켄 Grant McCracken 이 만든 용어인 '디드로 효과'는 개별 물건이 후속 구매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사치품을 하나 구매하면 필요하지도 않은 비슷한 물건을 더 많이 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많은 소매업자는 디드로 효과를 이용해 우리의 초기 구매를 보완하는 물건을 사라고 광고한다. 이것은 애플 제품이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맥크래켄에 따르면 아이폰 구매는 많은 사람에게 다른 애플 제품에 대한 구매 압력을 높이는 '출발 상품'이 되는데, 왜냐하면 이런 제품들에는 정체성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상품이 아무리 좋은 가치를 지녔어도 이것이 잘못된 정체성 신호를 보내면 구매자는 이것을 사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물건에 관한 정서적 애착의 가장 과도한 형태는 수집가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수집가는 수집품에 정서적 투자를 한다. 이 것은 단순히 물건의 금전적 가치가 아니라 수집가가 원하는 물건을 모으면서 쏟은 노력과 열정을 반영한다. 때로는 이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견디기 힘들 만큼 커질 수도 있다. 2012년에 독일 당국은 뮌헨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코르넬리우스구를리트 Cornelius Gurtitt가 약 10억 달러 가치로 추산되는 엄청난 양의 예술 걸작품을 쌓아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작품들은 나치 시대에 유대인들로부터 강탈한 후 전쟁 중에 코르넬리 우스의 아버지에게 헐값에 처분된 것이었다. 코르넬리우스는 이 수집품을 지켜야 할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경찰이 그의 소 중한 수집품을 압수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부모의 죽음보다, 그 해에 암으로 사망한 누이의 죽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코넬리우스는 당국에 이야기하길 수집품을 지키는 것이 그의 의무였기 때문에 "매우 진지했고 강박감에 사로잡혔으며 고립되었고 점점 더 현실감을 잃게 되었다고 했다. 자아 구성에 관한 제임스의 주장을 검증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는 1959년에 예일대학의 정신분석학자 에른스트 프렐링 거 Enst Prelinger가 수행한 것이다. 그는 성인들에게 비자아non- sell부터 자아self까지를 포괄하는 척도를 사용해 160개의 물건을 분류하라고 요청한 결과, 몸과 마음이 개인 소지품보다 자아감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또 한 소지품은 다른 사람보다 자아에 더 중요한 것으로 분류되었 다. 그러나 곧 살펴보겠지만 이것은 매우 서양적인 시각이다.) 아이들에게 동일한 물건의 순위를 매기라고 요청하자, 성인들과 거의 동일한 패턴이 발견되었다. 다만 나이가 많을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반영된 소유물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났는 데, 이것은 우리가 함께 거주하는 성인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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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지기·문장 발효 과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