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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날들이 모여 멀어져간 오늘..

말씀과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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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뿌리에서 줄기가 나오고, 줄기에서 가지가 뻗는다.
가지는 점차 확장되고, 때로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씨앗이 사과 씨라면, 그것은 결국 사과나무가 된다.
꽃이 피든, 열매가 맺히든, 혹은 꽃도 열매도 없이 앙상한 줄기만 남는다 해도
사과나무는 여전히 사과나무이다.

나뭇가지에는 새가 찾아오기도 하고, 벌과 나비가 찾아오기도 한다.
새는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둥지를 틀고 머물기도 한다.
벌과 나비는 꽃이 피었을 때 찾아온다.

다만 새는 나무가 꽃을 피우든, 열매를 맺든, 자기 볼일을 본다.
하지만 벌은 꽃이 피어 있는 동안에만 머문다.


꽃의 향기가 백 리까지 퍼진다 해도, 그 꽃은 고작 며칠만 피어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비를 피해 나뭇가지에 앉았다.
새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비가 그친 뒤, 그 새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만약 새에게 가야 할 길이 있었다면,
비에 젖더라도 날아야 하지 않았을까.

회고

나무는 나무의 본분이 있고, 새는 새의 길이 있다.
나무는 누가 찾아오든, 꽃이 피든 지든, 열매가 맺히든 아니든 자신의 성질을 잃지 않는다. 사과 씨에서 난 나무는 초라해 보여도 사과나무예요. 반대로 새는 머물 수는 있지만, 나무가 될 수는 없다. 벌과 나비도 꽃의 향기에 이끌려 올 뿐, 꽃이 지면 떠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찾아오는 존재”와 “내 본질”을 혼동하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가 내 곁에 머문다고 해서 그가 내 뿌리가 되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내가 나무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꽃이 피었을 때만 찾아오는 인연도 있고, 비를 피하려 잠시 머무는 인연도 있다.

비가 와서 잠시 쉬는 것은 괜찮지만,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다가 자신의 길을 잊으면 안 된다.

혹은 더 엄하게 말하면, 가야 할 길이 있는 사람은 조건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비에 젖더라도 날아야 할 때가 있고, 불편하더라도 움직여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어떤 씨앗인가.
나는 어떤 나무인가.
내 곁에 머무는 새와 벌과 나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나는 지금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새인가, 아니면 젖더라도 날아야 하는 새인가.

“비가 그친 후에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

친절한 찰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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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찰쓰씨
친절한 찰쓰씨 · 일상 UX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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