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생존을 위한 투쟁은 좋은 삶을 위한 염려와 대립한 다. 생존의 히스테리에 지배되는 사회는 좀비 (원문은 das Untote, 즉 실제로는 죽었으나 산 자들 사이로 되돌아와 산 자 행세를 하는 존재를 말한다. 대개 유령과는 반대로 생전의 영혼은 죽었고, 몸만 살아 있다. 흡혈귀나 좀비 등이 이런 존재에 속하는데 여기서는 좀비라 고 번역하였다 옮긴이)의 사회다. 우리는 죽기에는 너무 살 아 있고, 살기에는 너무 죽어 있다. 오로지 생존만을 염려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살지도 않으면서 증식하는, 다시 말해 생존하는, 덜 죽은 존재인 바이러스와 닮았다.
41
누나의 손이 어루만지는 느낌이 그와 그의 고통 사이에 끼어들고, 이 새로운 느낌이 고통을 밀어낸다.
오늘날 우리는 이 치유의 원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 고 있다. 치유하는 돌봄을 어루만짐과 말 걸기의 느낌으 로 경험하는 일이 점점 더 드물어지고 있다. 우리는 고독 과 고립이 증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르시시즘과 자 기중심주의가 고독과 고립을 첨예화한다. 경쟁이 심화되 고 연대와 공감이 약해지는 것 또한 사람들을 갈라놓는 다. 고독이 가까움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고통에는 증 폭기처럼 작용한다. 아마도 만성적인 고통이나 자신에게 가한 자상은 모두 온정과 가까움, 나아가 사랑을 갈구하 는 몸의 외침일 것이며, 오늘날 접촉이 드물어졌음을 웅 변하는 경고일 것이다. 치유하는 타자의 손이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이 분명하다. 어떤 진통제도 저 치유의 원상을 대신하지 못한다.
만성적 고통의 병인病因은 다양하다. 사회관계에서의 불화, 뒤틀림, 경직은 만성적 고통을 일으키거나 강화한 다. 만성적 고통이 견딜 수 없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오 늘날의 사회가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만성적 고통 은 의미를 상실한 우리 사회를, 우리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시대를 반영한다. 이런 사회와 시대 안에서 삶은 벌거벗 은 생존이 되었다. 진통제나 마음 연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것들은 그저 고통의 사회문화적인 원 인을 가릴 뿐이다.
← 피드로 돌아가기
새로워지기·문장 발효 과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