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육학년, 스마트 워치를 그렸다
하지만 담임선생은 내 노트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른 세살, 지능형 공간과 사물 간 네트워크를 그렸다
유명 전문가, 교수에게 전달했지만 나의 생각은 무플되었다
서른 여섯, 음성 기반 메신져를 그렸다
1차버전이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날 나의 팀은 해체되었다
마흔, 차량의 미니멀 하우스룸, 도킹시스템, 멀티미디어 스페이스를 그렸다
세상물정을 알아버린 나는 엄두도 못내고 쪼글아들어있다
자원은 있지만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이 있다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원이 없는 사람이 있다
만약 후자에게 인맥과 학벌과 형편이 없다면, 그는 그저 관상쟁이의 처지에 불과하다.
좋은 아이디어는 누군가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이거나 운좋게 참여하게 되더라도 늘 적절한? 기회에 버려지기 마련이다
만약 후자가 어느날 이를 미리 깨닿고나서, 이제라도 조금 느리더라도 스스로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친다면 훗날, ‘세상에 이런일이’에 출연하던 발명가 노인같은 삶을 살 뿐이다
이는 마치 점쟁이가.. 앞날은 볼 수 있지만 이를 바꿀 힘과 여건이 안되 바라만보거나 받아들여야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영화 관상에서 배우 송강호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난다
‘그 사람의 관상만 보았지 시대를 보지 못했네. 파도만 보고 바람은 보지 못했네.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이건만..’
여기에 내 상황, 생각을 보태면,
바람을 읽고 파도를 미리 읽을 수 있다해도 내가 선장이 아니거나 선장을 만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면
소신을 위해 두둘겨 맞으면서라도 올라가서 의견을 전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전해진 의견은 미천하게 평가절하되어 버려지거나, 혹 반영이 되더라도 종국엔 그 받아들여진 의견의 출처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어찌해야 좋은가.. 관상쟁이는 어찌 제 한몸과 제 처자식을 건사하며 무탈할 수 있을까..
말로만 듣던 마흔이 되어버린 나는, 그냥 있는 지금에 있기르로 한다. 다만 파도에 생면부지 할 정도의 작은 배를 준비하는 것이다. 거창한 명예와 인정을 뒤로하고 그저 이 한몸 싣고 바람을 탈 수 있는 작은 배를 만드는 것이다.
← 피드로 돌아가기
느린 날들이 모여 멀어져간 오늘..·말로만 듣던 마흔
